'[글로벌 초일류를 향한 선택 ABC시대가 온다 ③]'캠퍼스=연구실'미래IT맨의 寶庫
고려大'LG전자 R&D센터'
주문형 석사제도 운영…장비ㆍ취업등 전폭지원
PMP상용화ㆍ기술특허출원 열매수확도 초읽기
고려대와 LG전자가 상징하는 색깔은 공교롭게도 모두 붉은색이다. 붉은색은 정열을 뜻한다. 지난 2일 찾아간 LG전자-고려대 연구개발(R&D)센터는 꽃샘 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열정이 50여평되는 연구실에 가득했다.
서울 성북구 안암동의 고려대 이공계 캠퍼스에 자리잡은 R&D센터. '창의관' 7층에 위치한 이곳은 건물이름 그대로 30여명의 연구원과 대학원생이 세월을 잊은 채 창의적 연구에 몰두하는 곳이다. 센터 문을 열자마자 눈에 들어온 간이식 침대가 연구원과 학생의 땀과 눈물을 안은 채 연구실 한편에 조용히 자리를 틀고 있었다.
하지만 첫 풍경은 다소 의외였다. 계측기, 회로기판 등이 무수히 흩어져 있을 줄 알았지만 생각보다 깨끗한(?) 연구실의 모습에 의아해하자 옆에 있던 한 연구원이 "이곳은 하드웨어를 설계하는 것이 아니라 주로 프로그램 등 소프트웨어를 연구하는 곳이라 사이버상에서 연구가 많이 이뤄진다"며 "지금 휴대형 멀티미디어 플레이어(PMP)와 텔레매틱스 관련 프로젝트가 한창 진행 중"이라고 귀띔해줬다. 물론 계측기와 필요한 연구시설은 인근 건물에 모두 갖추고 있어 수시로 오가며 연구활동을 펼친다.
▶회사는 우수인재 확보-학교는 실무형 지식 습득=LG전자와 고려대가 공동운영하는 'LG전자 R&D센터'는 LG전자가 추진하는 '주문형 석사제도' 중 핵심프로그램이다. 주문형 석사제도는 2004년 LG전자가 고려대에 최초로 도입해 실시하고 있는 산학협력 모델로 학교가 추천한 대학원 진학 희망자 중 LG전자가 서류심사와 면접을 통해 선발해 학비와 생활비(40만원) 전액을 지원해준다. 학생은 이곳에서 LG전자에서 파견한 연구원과 함께 공동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석사학위 취득 후 LG전자에 바로 취업하는 기회까지 주어진다.
현재 30여명의 석사 학생과 5, 6명의 교수가 텔레매틱스, PMP 등에 대한 R&D를 진행 중이다. LG전자는 연구활동에 필요한 설비는 물론 관련 비용(10억원 안팎)을 지원하고 있다. 베트남, 러시아, 브라질 등 외국에서 선발된 인재도 연구인력의 약 15%를 차지하고 있을 정도로 글로벌 연구센터다.
R&D센터의 가장 큰 장점은 회사는 우수인재 확보와 함께 기술개발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는 점이다. 학교 역시 학생들로 하여금 실무형 지식을 습득토록 하고 나아가 탄탄한 일자리까지 얻도록 해준다.
R&D센터장을 맡고 있는 고성제 고려대 교수는 "R&D센터는 LG전자와 고려대를 잇는 허브로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면서 "국내외 우수인력을 이곳에 모아 LG전자와 함께 신제품 및 특허기술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성민 LG전자 디지털미디어사업본부 인사기획 부장은 "이미 석사과정 2년차 학생 중 3명이 LG전자에 입사해 근무하고 있다"면서 "회사 입장에서는 우수인재를 확보하고 회사와 관련된 프로젝트를 미리 수행한 이들이 입사함에 따라 교육기간이 없이 현업에 바로 투입할 수 있어 큰 이득"이라고 말했다.
▶경쟁률은 20~30대1, 조만간 PMP 신기술도 선보여=매년 R&D센터에 들어오려는 이들의 경쟁률은 20~30대1에 이른다. 5~10명을 뽑는 점을 감안하면 최대 300명이 지원하는 셈이다. 들어오기도 하늘에 별따기지만 실제 몸담고 있는 이들의 만족도 또한 높았다.
석사 2년차인 박영진 씨는 "구체적인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내가 무엇이 부족한지 또 어떤 공부를 해야하는지 바로 파악할 수 있다"면서 "사실 과정이 쉬운 것은 아니지만 일단 졸업 후 진로에 대한 고민 없이 편한 마음으로 공부할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베트남 국립대학을 졸업하고 2년째 이곳에서 연구 중인 딘츄 둥 씨도 "멀티미디어 등 3개 분야의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는데 공부하면서 실무에 도움이 되는 개발경험을 쌓아서 큰 도움이 된다"고 전했다.
산학협력센터라고 해서 연구성과물이 많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면 큰 오산. LG전자가 추구하는 블루오션 경영을 실현할 수 있는 신기술 개발이 이뤄진 사례가 많다.
R&D센터는 최근 PMP 내에 저장된 영화나 음악 등이 쉽게 유포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정보보호장치 개발과 음악을 들으면서 가수나 노래에 관한 정보도 실시간으로 함께 볼 수 있는 처리기술을 개발했다.
PMP 액정표시장치(LCD) 화질개선 연구 및 이동통신ㆍ인터넷ㆍ내비게이션 등이 결합된 자동차 원격정보 서비스인 텔레매틱스 연구도 추가로 진행 중이다. 조만간 LG전자와 고려대는 산학 프로젝트와 관련 기술에 대한 8건의 특허도 출원할 예정이다.
고 교수는 "하반기에는 이곳에서 개발된 기술이 실제로 반영된 PMP 제품이 나올 것"이라며 "기대해도 좋다"고 강한 자신감을 나타냈다.
한편 LG전자는 매주 수요일 진행되는 LG특론 강의를 통해 LG전자 연구원이 직접 R&D센터 연구원은 물론 대학원생과 학부생에게 최근 기술 흐름에 대한 생생한 강의를 진행하며 살아있는 지식을 캠퍼스에 전파하고 있다.
권남근 기자(happyday@heraldm.com)